때로는 이 사랑이 내 가난이
내게 죄가 돼
가만히 앉아 생각해
다시 태어난다면 그때 사람이
다시 사람으로가 사람이 아니길
안 된다면 나지도 않길
죽음보다 더 큰 죄가 되는
이 세상 발 딛지 않길
끝 그 끝 직전 마지막
피처럼 쏟아내
말조차 못한 채 차마
또 참아내 쓰러지도록
끌어안은 밤 지금의 나는
어제의 남 잠은커녕 누울 곳조차
차갑게 변해 쉽지 않은 밤
남몰래 베갯머리 파묻혀
온 밤을 적셨던 그때
때로는 신이 나 한껏 뒤집어
웃으며 춤 춘 그때
생채기 몇 개쯤 내 속 깊이 더
깊이도 묻어
이미 만들어 논 무덤
갈라진 시멘트 바닥처럼 다 굳어
무슨 놈의 아픔이 이렇게까지도
커서 술 취한 듯한 걸음
한 목숨 아무렇지 않게
내놓을 사랑 다운 사랑
가난 그 입에 올리기도
버거운 가난 다운 가난
또 피어날 아름다운 꽃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 곳
알지도 못한 이들과
이제는 떠난 사람도
모두가 스쳐 지난 곳
어제와 다를 것 없고
내일도 오늘 같은 곳
이 곳에서 이 곳에서
나 태어나 단 한 번 마음 편한 날
없이 계속 살아 와 단 한 번
내가 왜 여기서 눈 떠야만 했는지
내가 선택한 적 없는 이름으로
불려야 했는지 왜 그래야 했는지
인정도 이해도 없이 모두
그저 흐르는 물
그 속 가운데 혼자
깊이도 박혔던 돌멩이
날 깎아내려가는 풍경
비릿한 물 냄새만 풍겨
가라앉고 있는 게 아니
온 사방에 낮게 눌려
많은 것들이 날 스쳐 지나가
어쩔 수 없다
그 폭력적인 말
숨 쉬듯 뱉어지는 한탄
결국 정말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모든 것들이 끝이 날 때
그제서 내가 얻은 것
몰아치는 이 많은 감정들을
다 받고 받아
계속해 금이 가는 그릇
시험하듯 넘치게 담아
여기 서 있는 이유
그 이유를 알기에 이 땅에 남아
살아가는 곳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 곳
알지도 못한 이들과
이제는 떠난 사람도
모두가 스쳐 지난 곳
어제와 다를 것 없고
내일도 오늘 같은 곳
이 곳에서 이 곳에서
알지도 못한 이들과
이제는 떠난 사람도
모두가 스쳐 지난 곳
어제와 다를 것 없고
내일도 오늘 같은 곳
이 곳에서 이 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