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호야, 이제 니도
다 컸으니까 말인데
가끔은 엄마도
그날 다 떠나가 도망갔으면
엄마도 엄마 인생 악 같은 거 안 쓰며
좀 더 멋지게 살 수 있지 않았겠나
남편은 혼자 먼저 가고
다음 아들은 꿈 이룬다 서울 가고
딸래미는 잔소리 좀 하지마라고
지 혼자만 힘든 줄 알고 매일이 파도다
요즘 나는 뭔가 싶을 때가 있거든
엄마도 하고 싶은 것 참 많았는데
너거 아빠 밉거든
사람들이 말하데
"자식 위해 사는 거야 밑거름"
삶은 꽃이거나 열맨거야?
아니 누군가의 꽃이거나 열맨거야
엄마 어제 좋은 꿈 꿨다
우리 아들 올해는 잘 될끼다
(엄마 지금 뭐 하세요?)
혼자 집에서 TV 본다
찾지 마요 멀리 놓쳐버린 걸
잊지 마요 그대 꽃이라는 걸
베란다 가득한 화분들
당신의 그 많은 하루들 잊지 말아요
저 별이 아름다운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꽃 하나 있어서야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숨기고 있어서야
아니 마당에 있던 화분들을 왜
겨울 될 때마다
집안으로 가지고 오는데요
가뜩이나 자꾸 쌓이는
물건들이 발에 치이고
꽃잎 떨어진 화분들이
지저분해 보이는데
엄마 꽃 좋아하는 건 아는데
방에 화분이라니 심지어 한겨울에
잔소리 앞엔 늘 숨던 꼬만 어느새
잔소리를 시작해
그걸 듣던 엄마 Said
"꽃은 봄을 기다리지 추운 겨울을
그땐 누군가 손길이 필요해
기다림이란 건 그게 언제라도
시간을 견디는 일
지키지 않음 나중에도 피울 수 없으니
겨울의 꽃, 그 기다림도
우리 집에 꼭
언젠가 찾아오겠지 아들아?"
그래요 엄마
그동안 너무 많이 기다렸죠
한겨울의 꽃처럼
가슴 안에만 품고 있던
그 아름다운 향도 봄을 만나면
다시 태어나나 봐요
그때를 꼭 기다려줘요
찾지 마요 멀리 놓쳐버린 걸
잊지 마요 그대 꽃이라는 걸
베란다 가득한 화분들
당신의 그 많은 하루들 잊지 말아요
저 별이 아름다운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꽃 하나 있어서야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숨기고 있어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