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와 바다

김목인

원래부터 해녀인 사람 있겠냐만
배 위에서 태어난 이도 있다.
하필이면 때도 1950년
바깥도 험한 물속처럼 고단했던 때.
얕은 물에서 물질 배워 바다로 나가면
제주만 아니라 저 멀리 육지
강원도, 전라도, 일본도 갔다.
해안 불턱에서 보낸 많은 날들이여.
3월에 자당배 타면
8월에 돌아온다.
동생들 줄 치마와 과일들 사서 한가득 돌아온다.

일찍부터 헤엄쳐 놀던 아이들은
저절로 바다를 배우고,
열일곱이면 찬 바다를 향해
힘차게 자신의 일을 시작하네.
앞바다에서 먼 바다까지 헤엄쳐 나가며
부르던 노래는 저 하늘 멀리.
깊은 숨 한 번에 바다 밑까지
물 위에 기대어 쉬던 많은 날들이여.

그 바다는 오늘도 변함없이 저기
흰 파도를 부수며 그렇게 말없이.

예로부터 섬 사람들은 바닷속을
바다 밭이라고 부르며,
해초들을 거둬 거름을 하고
그 밭에서 난 곡식을 바다에다 바치며.
여름 날 무더위 아래 밭일을 하다가
바다 밭에 들 시간이 되면
하나 둘 모여 물질을 간다.
그렇게 일하며 보낸 많은 날들이여.

세월은 그렇게 흘러
파도에 일렁인다.
한적한 해안에 조용히 서서 바다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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