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병실

김목인

창밖은 매일 지나던 길인데
이 안은 천지 차이군
정말 온갖 군상들이 모여 있네
정오의 병실
이만큼 진풍경도 없으리
의사야 안정을 취하라지만
그럴 수 있나
옆의 청년도 전화 2대로 비즈니스
어제 들어온 택시기사는
아침 몰래 영업 나갔고
텅 빈 침대만 만지며
가족들이 말하네
오 미련한 양반
청소하러 온 아줌마는
휴지를 비우다
인생 참 재밌게 사나 봐요 하며
기타를 가리키고
식판 들고 온 불쌍한 아주머니
하나 줄여서 오면 또 한 명 없고
보험회사 직원도
침대에 누워 수액을 맞네
돌아온 택시 기사에게 충고하며
형님 좀 누워 계시죠
장난으로 잠근 문에
간호사도 되돌아갔네
온갖 침대 다 참견을 하며
쥬스도 돌리고
두유도 돌리는
정오의 병실
이만큼 진풍경도 없으리
진풍경도 없으리
진풍경도 없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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