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타너스 (시인: 김현승)

고은정


♥ 플라타너스 ~^*

- 김 현 승

꿈을 아느냐 내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있다.

너는 사모할 줄 모르나.
플라타너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먼 길에 오를 제.
홀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너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이제. 너의 뿌리 깊이
나의 영혼을 불어넣고 가도 좋으련만.
플라타너스.
나는 너와 함께 신이 아니다!

수고로운 우리의 길이 다하는 어느 날.
플라타너스.
너를 맞아줄 검은 흙이 먼 곳에 따로이 있느냐?
나는 오직 너를 지켜 네 이웃이 되고 싶을 뿐.
그 곳은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이 열린 길이다.

♠ 김현승 (金顯承) 1913년 평양출생. 숭실전문학교 졸업. 1934년 <동아일보>로 등단.
전라남도 문화상. 서울시문화상 수상. 1975년 작고. 시집으로 <김현승시초> <옹호자의 노래> <견고한 고독> <절대고독> <마지막 지상에서>등이 있으며. 평전과 시론집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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