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광

신해철
등록자 : 파파미아


너의 눈빛 너의 몸짓 너는 내게 항상 친철해
너를 만지고 너를 느끼고 너를 구겨버리고 싶어
걷잡을 수 없는 소유욕 채워지지 않는 지배욕
암세포처럼 지긋지긋하게
내 몸을 좀 먹어 드는 외로움
나의 인격의 뒷면을 이해할 수 없는 어둠을
거길 봐줘 만져줘 치료할 수 없는 상처를
내 결점을 추악함을 나를 제발 혼자 두지마
아주 깊은 나락 속으로 떨어져가고 있는 것 같아
나의 마음은 구르는 공 위에 있는 것 같아
때론 살아있는 것 자체가 괴롭지
날 봐 이렇게 천천히 부서지고 있는데
아주 천천히

끝없이 쉴 곳을 찾아 헤매 도는 내 영혼
난 그저 마음의 평화를 원했을 뿐인데

사랑은 천 개의 날을 가진 날카로운 단검이 되어
너의 마음을 베고 또 찌르고
자 이제 날 저주하겠니
술기운에 뱉은 단어들 장난처럼 스친 약속들
나이가 들수록 예전 같지 않은 행동들
돌고 도는 기억 속에 선명히 낙인 찍힌
윤리 도덕 규범 교육
그것들이 날 오려내고 색칠해서
맘대로 이상한 걸 만들어 냈어
내 가죽을 벗겨줘 내 뱃살을 갈라줘
내 안에 내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나도 궁금해
나의 마음은 구르는 공 위에 있는 것 같아
때론 살아있는 것 자체가 괴롭지
날 봐 이렇게 천천히 부서지고 있는데
아주 천천히

끝없이 쉴 곳을 찾아 헤매 도는 내 영혼
난 그저 마음의 평화를 원했을 뿐인데

커튼 사이로 햇살이 비칠 때 기억나지 않는 지난밤
내 마음을 언제나 감싸고 있는 이 어둠은
아직 날 놔 주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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