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나이가 있었네
암울한 시대에 그 사나이가 함께 자리하고 있었네
바람처럼 청아하던 사나이는
일송정 푸른 솔에 기대섰던 그 사나이는
별빛에 스치는 바람 한 점을 찬찬히 뜯어보며
죽어가는 온갖 것들을 사랑하며 살았었네
우물 속에 뜬 달이 너무 좋아서
내 사랑 조국보다 더 쟁명하다며
우물 속만 가만히 들여다보던 사나이는
길가의 키 낮은 풀꽃 같은 민족을 민족을
돌멩이 하나까지도 아끼던 그 사나이는
지금은 가고 없다네 가고 없다네
지금은 가고 없다네 가고 없다네
한 사나이가 있었네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던 사나이가 있었네
태양을 사모하는 아이들이 좋아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나는 그 길이 좋아
아가씨가 물을 긷던 그 길을 가슴에 품고
조국의 아픔, 아픔을 생각하며 울먹이던 사나이
그 사나이 그 사나이는 스물아홉
스물아홉밖에 헤아리지 못하고
캄캄한 후쿠오카 감방도 너무 밝다며
시 한 편을 읊조리며 시 한 편을 읊조리며
눈을 질끈 감은 채 눈을 질끈 감은 채
지금은 가고 없다네 가고 없다네
지금은 가고 없다네 가고 없다네
아! 윤동주
아!~ 시인들의 별 윤동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