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가고 꽃잎이 날릴 때쯤
집 근처에 아이들 손을 잡고
마주 볼 이가 너였으면
가끔가다 무서운 꿈을 꿔서
감은 눈을 떴을 때 제일 먼저
들어올 이가 너였으면
누구도 아닌 너였으면
그 언젠가 내게 소중했던
모든 것들이 사라졌을 때도
그대가 나의 곁에서
말없이 눈을 마주 보고
조용히 웃어주었으면
너였으면
그 언젠가 내가 길을 잃었을 때
돌아갈 어디도 없을 때
그대가 나를 안고서
말없이 손을 잡아주고
조용히 웃어주었으면
너였으면
언젠가 또 우리가 함께 늙어
명륜동 골목 어귀마다
나란히 걷고 있었으면
나란히 함께 누웠으면
누구도 아닌 너였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