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다가 이윽고 낙엽이 지지
반면 난 뭐 피는지 지는지
그저 작년에 달았던 달력을 찢지
내 방에 스미는 한줄기 빛이
되려 나를 그늘지게 해
펜을 주름 진 오른손에 쥐게 해
첫 줄에다가 볼펜 똥만 찍게 돼
생각이 많아져 한숨을 쉬게 해
작년 이 맘 때쯤 세운 계획들
몇개나 이뤘지
손가락 세워선 접을까
했지만 접힌 건
고개와 뱃살 뿐이라는 걸 알게 됐지
난 피지도 못하며 져가고 있는건가
곰팡이만이 피어오르는 방구석엔
담배연기만이 피어오르지
궁금해 내게도 봄이 오긴 오는지
초침은 돌아가
세상은 돌아가
사람들 돌아다녀
난 집에 돌아와
해 달은 넘어가
달력은 넘어가
봄 여름 가을 겨울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초침은 돌아가
세상은 돌아가
사람들 돌아다녀
난 집에 돌아와
해 달은 넘어가
달력은 넘어가
봄 여름 가을 겨울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신년맞이로 분주한
사람들 사이에서
난 혼자 신년앓이를 하지
이번 해 역시 똑같았지
그 사실이 날 우울하게 하지
난 언제나 어제 그제
그저께 늘 그 쯤에서
정체된 듯 그대로인 현재
담배만 늘어서 검게 썩어가는 폐
하루하루 내겐 쌓여가는 재
난 늘 제자린데
시간은 언제나처럼
앞질러가 빠르게
달력이 걸려있던 자리에
슬은 곰팡이가
내게 친구라고 말을 해
하나둘씩 늘어가는 흰머리가 마치
내 청춘을 빨아먹는
거머리같이 느껴져
전부 뽑아버렸지만 뽑아도 뽑아도
초침은 돌지 여전히
초침은 돌아가
세상은 돌아가
사람들 돌아다녀
난 집에 돌아와
해 달은 넘어가
달력은 넘어가
봄 여름 가을 겨울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초침은 돌아가
세상은 돌아가
사람들 돌아다녀
난 집에 돌아와
해 달은 넘어가
달력은 넘어가
봄 여름 가을 겨울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돌아가는 시계바늘 태엽을 되감아
찢었었던 달력에다
테이프를 되감아
자고 일어나면 조금 나아져 있겠지
적어도 잠시나마 잊을 수 있겠지
돌아가는 시계바늘 태엽을 되감아
찢었었던 달력에다
테이프를 되감아
자고 일어나면 조금 나아져 있겠지
적어도 잠시나마 잊을 수 있겠지
초침은 돌아가
세상은 돌아가
사람들 돌아다녀
난 집에 돌아와
해 달은 넘어가
달력은 넘어가
봄 여름 가을 겨울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초침은 돌아가
세상은 돌아가
사람들 돌아다녀
난 집에 돌아와
해 달은 넘어가
달력은 넘어가
봄 여름 가을 겨울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