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가장 사랑하는 아들 희제에게
다가올 4월 16일은
너의 여섯 번째 생일
병원 침대에 누워
꼼짝 못하는 엄마가
너에게 어떻게
축하를 해줄까 고민하다가
엄마의 마음을 보내기로 했단다
요즘은 통증이 너무 심해
진통제 주사로
겨우 겨우 버텨내지만
네 이름을 주문처럼 외우며
혼미해져가는 정신을 가다듬고
네 사진을 쳐다보며 이겨내자고
다짐하고 힘을 낸단다
네 이름에는 신기한
마법의 힘이 있어
몇 번의 위험한 고비를
넘길 수 있게 해주었단다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아들아 엄마는 병상에서
세 번째의 봄을 맞았구나
너를 낳을 때 엄마는
정말 많이 고생했지
노산(老産)에 난산(難産)에
너를 처음 받아든 순간
너의 그 아슬한 무게에
어쩔 줄 몰랐었어
한 잎 꽃잎처럼
흰 목화꽃송이처럼
부드럽던 네 뺨과 엄마의 가슴이
맞닿았던 그 순간의 느낌
그것을 환희라고 하는 걸까
아니야 인간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하면서도 강렬한
엄마의 생애에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그런 굉장한 느낌이었단다
그런 네가 아들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엄마는 우습게도 와 장가를
어떻게 보내지 였단다
엄마 아빠 친구 중
늦게 아기를 보아 딸이면
엄마는 벌써 그 애의 성격이며
심성이며 외모를 살펴보았어
왜냐하면 요즘은 남자 여자 비율이
심하게 깨져 혹 네가 장가 못갈까봐서
그런 네가 무럭무럭 자라서
여섯 살이 되는구나
엄마가 아파하면 쪼르르 달려와
금붕어같은 입술을 오므려
호호 입김을 엄마 이마에 불어주고
엄마 아야해 아야해
안타까운 얼굴로 쳐다보던 희제
엄마 약심부름이며
물심부름을 곧 잘 해주던 희제
병원에 올 때면 집 화단에 핀 장미며
라일락 수국 동백 작약꽃 등을 꺾어와
유리병에 꽂아주며
엄마 보라고 환하게 웃기도 하고
새해 첫날 떠오르는 해를 보며
엄마 빨리 낫게 해주세요
하고 소원을 빌었다는 희제
세 살 네 살 다섯 살
한창 엄마의 손이 필요하고
사랑이 필요할 나이에
엄마와 떨어져 생활하는
네 조그만 가슴속에는
얼마나 큰 상처가
얼마나 큰 슬픔이 있을까를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너무 아파
하지만 아들아 엄마는
늘 이런 상상을 해
어느 날 훌훌 가볍게
병상을 털고 일어나
네 손을 잡고 밝은 햇빛이
쏟아지는 거리를 걸으며
꽃집도 가고 시장도 가고
백화점도 가고
옛날처럼 너를 품에
가득 안고 기차 여행도 가고
아빠랑 산에도 가고 그런 날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는 네가 유치원
졸업하는 것도 보고 싶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도 보고 싶고
여자친구 때문에 가슴 태우며
밤새는 것도 보고 싶고
네 결혼식장에서 촛불도 당겨주고 싶고
맛있는 것도 만들어주고 싶어
자꾸 자꾸 욕심이 생긴단다
막대 사탕과 아이스크림
초콜릿을 너무 너무 좋아하는 희제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해
정의로운 어른으로 자라길 바래
만약에 만약에 말야
그러면 안되겠지만
혹시라도 엄마가
네 곁에 없더라도
너무 슬퍼하거나
마음 아파하면 안돼
엄마 생각은 조금만 하고
늘 밝고 부드러운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을 보렴
아냐 엄마는 꼭 나아서 너와 함께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살고 싶어
희제야 여섯 번째 생일을
정말 정말 축하해
우린 꼭 함께 살게 될거야
2001년 3월 30일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