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웨딩 케익

Story : 박정철


아버지를 닮는다는 건 두려운 일입니다. 나는 아버지처럼 살기 싫었으니깐요
그런데 나는 지금 바로 나의 아버지 그분의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내가 열다섯 살이 되었을때 아버지의 이름은 이미 내 일기장에서 지워졌습니다
그는 더이상 나의 우상도 아니였고 나의 친구는 더더욱 아니였습니다. 그는 그저 쓸쓸한 한 남자였고
힘없는 가장이였습니다. 그리고 남들눈에 그는 바람둥이였고 노름꾼이였고 난봉꾼이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곁에는 언제나 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힘없고 눈물밖에는 아무것도 가진것이 없었던 작고 조용한 여자 나의 어머니
이미 오래전 나의 일기장에서조차 지워진 내 아버지가 그녀에게 하늘이였고 우주였고 세상의 전부였습니다.

아버지를 위해서라면 어머니는 모든 것을 다하였습니다. 아버지의 노름밑천을 위해 광주리 장사를 하였고
아버지의 젊은 여자들을 위해 바느질을 하였고 때론 화난 아버지의 주먹받이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그런 속에서도 어머닌 결코 아버지로부터 사랑한다는 고백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것이 나의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법이였습니다.

하늘은 독재자이자 폭군이였던 아버지를 좋아하지 않으셨습니다.환갑을 넘기고 이듬해 아버지는 쓰려지셨습니다. 중풍
그리고 얼마후 치매끼까지 겹쳤습니다. 아버진 그렇게 녻슬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에게 내려진 형벌은 결국 어머니의 몫이여야 했습니다.
아버지가 쓰러진 후 어머니는 움직이지 못하는 아버지의 팔다리가 되어야했고 배소변을 받아내야했고
말못하는 남편의 입이 되어야 했습니다. 그러기를 십여년 결국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먼저 세상을 뜨셨습니다.

삼년전 겨울 소담스런 눈이 하얗게 세상을 덮던 그런 날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하루종일 아버지를 찾아 헤매야 했습니다. 골목에서 골목으로 시장에서 버스정류장으로
그러나 아버지는 없었습니다. 중풍과 치매를 앓고 있는 볼품없고 누추한 노인 나의 아버지

이상하게도 아버지를 찾아해매며 나는 허둥되고 있었습니다.
공원입구를 들어서는 순간 저멀리 뒤뚱거리며 걸어가는 한 노인이 보였습니다.초라하고 누추한 뒷모습
내 아버지였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아버지 손에는 케익 한 상자를 들여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어머니 사진앞에 케익을 놓고 촛불을 켜라 하셨습니다.
사십오년전 오늘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결혼했던날 길고도 먼세월이 지난 오늘에서야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한테 웨딩케익을 선물하셨습니다.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환하게 타오르는 촛불뒤로 어머니는 곱게 웃고 계셨습니다.
그것이 나의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의 사랑법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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