펼쳐 보여주고 싶어
꼭꼭 접어 숨겨놓은 마음이
자꾸 튀어나오려고 해
왜 이렇게 바보가 되는 거야
네 앞에 서면
그게 아니라 그러니까 좋아해
그게 다야 그렇지만
나란 앤 보기보다 복잡해서
읽어주면 좋을 텐데
모든 페이지를 다 펼쳐서
감춰 놓았던 상자를 열어서
여섯 살 동생이 태어나던 때와
열두 살 분노를 처음 배운 때와
열다섯 남겨졌다는 두려움과
그리고 열여덟 가슴 벅찼던 꿈
넌 무슨 얘길 할까
잠들지 마
읽어줘
고갤 돌리지 마
나를 봐줘
너에게 건네는 한 마디가
수백 가지 말 중에 고르고 골라서
수만 가지 맘들이 얽히고설켜
그나마 가장 그럴듯한 하나란 걸 알까
넌 열어보려고도
하지 않잖아 (나라는 책)
들여다보려고도
하지 않잖아 (나라는 책)
표지만 힐끗 볼 뿐이잖아
읽어주면 좋을 텐데
모든 페이지를 다 펼쳐서
감춰 놓았던 상자를 열어서
여섯 살 울고 있던 어린 엄마
열두 살 매일 뭔가 부서지던 집
열다섯 괜히 미웠던 아저씨
그리고 열여덟 멀게만 느껴졌던 꿈
넌 무슨 얘길 할까
안아 달라는 게 아니라
알아 달라는 것도 아냐 그냥
너무 가벼운 모습만 보여준 것 같아서
표현에 서툴러서
그래 I know I know I know
내가 참 괴상한 애라 어디로
튈지 몰라 불안한 공이라
던져버리고 다신 찾지 않을까 봐
겁이 나서 그래
스물한 살의 뉴욕 New York New York
7 엄마의 웨딩드레스
And 9 smoking & Loveless nights
감춰 놓았던 상자를 열어서
열두 살 분노를 처음 배운 때와
열다섯 두려움과
가슴 벅찼던 꿈
넌 무슨 얘길 할까
잠들지 마
읽어줘
고갤 돌리지 마
나를 봐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