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천단비


익숙한 길을 걸으며
한참 동안 생각했었어
지난날 우리의 이별을
낯선 얼굴을 하곤
차가워진 목소리로 나에게
담담하게 말했었잖아

알아 떠난단 네 마음
다 너무 잘 알아
힘들었던 거잖아
난 외면하려 했을 뿐
자꾸만 둘러대던
그때 내 모습
이제서야 후회되는데

사실은 난 말이야
네가 없는 날이 두려워
못쓰게 된 맘이 괴로워
조금 더 이곳에 서 있으면
혹시라도 네가 다시 올까 봐
떠나지 못하는 나야

언제였을까 마지막
우리 함께 웃어봤던 게
기억이 나질 않아
행복해하던 넌 없고
사랑이라며 얼버무리던 날들
왜 이리도 바보 같을까

사실은 난 말이야
네가 없는 내가 두려워
전부였던 네가 없는 난
이별 앞에 고작 내세우는
자존심 따위가 뭐가 중요해
이렇게 내가 못 견디는데

무너진 내 안에
너 아닌 난 의미 없다고
솔직히 네게 말했다면

이별 앞에 자신이 없다고
너를 보낼 수 없는 난
여전히 아직도 그 모습 그대로
이토록 기다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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