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타는 달
- 최원규 시
내가 한 알의 이슬인 듯
어머니 뱃속에서 숨 쉬고 있을 때
달은 어머니의 인자한 눈을 통하여
노란 빛을 내 살 속에 뼈 속에
넣어 주고 있었다.
그때 달은
조용히 수미산을 넘고
개울의 어군을 지키고 있었다.
내가 이승에 나와
처음 바라보았던
달은 잠에서 깨어난
그런 눈빛으로 몰려와
꿈의 날개로 나를 감싸고 있었다.
그때 달은
헐벗은 공동묘지를 한바퀴 돌고
바다의 성난 숨결을 삼키고 있었다.
내가 요즘 술 취해 바라보는
달은 잠에서 깨어나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시 달을 바라 보았을 때
이미 까만 숯이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