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여 춘향 모친이 나와
"아이고 이 자식아
늙은 에미를 생각 해서라도 집으로 돌아가자"
그때여 춘향은 모친께 효성이 지극한지라
저의 모친의 말을 거역치 못하야 집으로 돌아갈 제
비맞은 제비같이 갈 지자 (之字) 비틀 걸음
경황 (景況)없이 들어와서
방 가운데 주저 앉더니만 "아이고 허망하여
도련님 만나기를 꿈 속에서 만났던가
이별이 꿈인거나 꿈이거든 깨어주고
생시거든 임을 보세 향단아 발 걷고 문 닫혀라
침상편시춘 (枕上片時春) 몽중 (夢中)에
꿈이나 이루어서
가시는 도련님을 몽중에나 상봉 (相逢)허지
생시에는 볼 수가 없구나"베개위에 엎어러져
모친이 알까 걱정이 되어 속으로 느끼어
"아이고 우리 도련님 어디만큼 가겼는고
어데 가다 주무시는가 날 생각코 울음을 우는거나
진지를 잡수셨는가 앉었는가 누웠는가 자는가
아이고 언제 볼꼬"
자탄 (自嘆)으로 밤이 깊어
비몽사몽간 (非夢似夢間)에 도련님이 오시난디
가시던 그 맵씨로 청사도복에 홍띠 매고
밤색 당혜 (唐鞋)를 끌며 충충 들어 와
춘향 방 문고리 잡고 지긋 지긋 흔들며
"춘향아 잠 자느냐 ? 내 왔다 문 열어라"
이 삼차 부르도록 대답이 없으니
도련님 돌아 서 발 구르며
"계집이라 허는 것이 무정한 것이로구나
나는 너를 잊을 길이 바이없어
가다가 도로 회정 (回程)을 하였난디
너는 나를 그 새 잊고
잠만 저리 깊이 들어 자니 나는 간다 잘 살어라"
충충 충 나가거날 춘향이 꿈결이라도 반가워
깜짝 놀래 일어서 문 펄쩍 열고 바라보니
도련님 청 중추막 자락이 바람결에 흩날리고
담배불도 반짝 반짝 허거날
춘향이 반가워 붙들어 볼 줄로 우루루루루루
뛰어 나서보니 도련님은 간 곳 없고
청 중추막도 흔적이 없고
파초 (芭草)잎만 너울 너울
담배 불도 간 곳 없고 반디 불만 반짝 반짝 허거날
춘향이 허망하여"아이고 꿈아 무정한 꿈아
오시는 임을 꼭 붙들어 주고 잠든 나를 깨울 것이지
꿈도 빌어 볼 수가 없구나"
방으로 들어 가 촛불로 이웃 삼고
서로 서로 벗을 삼아 긴 밤을 지내갈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