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노정기

박귀희
앨범 : 인간문화재_가야금병창

* 제비노정기 *
흑운 벅차고 백운 무릅쓰고 거중에 둥둥 높이 떠 두루 사면을 살펴보니, 서촉 지척이요, 동해 창망허다. 축융봉을 올라가니 주잭이 넘놀고, 상익도 황익토 오작교 바라보니, 오초동남으 가난 배난 북을 두리둥 울리며 어기여차 저어가니 원포귀범이 아니냐? 백구백로 짝을 지어 청파상에 왕래허니 석양천이 거의노라. 호얀봉을 넘어 황릉묘 들어가 이십오년 탄야월에 반죽가지 쉬어 앉어 두견새 화답하고, 황학루를 올라가니 황학일거불부 반으 백운천자공유유라. 금릉을 지내여 주사촌 들어가니 공수창가도리개라. 낙매화를 툭 차무연에 펄렁 떨어지고, 이수를 지내여 종남산을 올라, 계명산을 올라서니 장자방 간 곳 없고, 남병산 올라서니 칠성단이 빈 터요, 연지지간을 얼른 지내, 장성을 지내여 갈석산을 넘어 연경을 들어가 황극전에 올라앉어 만호장 구경허고, 경한문 내달라 장단문 지내여 동관을 들어가니 산미륵이 백이로다. 요동 칠백리 강동을 지내여 유주를 다달라 압록강을 건너 영고탑 통군정 올라앉어 안남산 반남산 석벽강 용천강 좌우령을 지냈구나. 기산 파마 한말 고개 강동 다리를 시각에 건너, 평양은 연광정 부벽루를 구경허고, 대동강 장림을 지내여, 송도를 들어가 망월대 광덕전 박연폭포를 구경하고, 임진강을 시각에 건너, 삼각산에 올라앉어 지세를 살펴보니, 처량으 대운맥이 중청으로 흘리져 금화 금성 분개허고, 춘당영춘이 휘둘러 도봉 망월이 생겼구나. 문물이 빈번허고, 풍속이 흐희하야 만만세지금탕이라. 경산도는 함양이요, 전라도는 운봉인데, 운봉 함양 두 얼품에 흥보가 사는지라. 저 제비 거동 보소. 박씨를 입에다 가로 물고, 흥보집을 찾아갈 제.
(자진중중몰이) 남대문 밖 썩 나달라 칠패 팔패 배다리 건네 애오개를 얼른 지내 동적강을 월강, 승방을 지내여 남타령을 넘어, 두 쭉지 옆에 찌고 수루루 펄펄, 거중으 둥실,
(중중몰이) 흥보 문전을 당도, 흥보 문전을 당도, 당상당하 비거비래 편편히 노난 거동은 무엇을 같다가 이르랴. 반갑다 내 제비, 북해흑룡이 여의주 물고 채운간으로 넘논다. 단산 봉학이 죽실을 물고 오동 속으로 넘논다. 귀곡청학이 난초를 물고 송백상을 넘노난 듯, 안으로 펄펄 날아들고, 들보 우에 올라앉아 제비 말로 우는디, ‘지지지지 주지주지 거지연지 우지배오 낙지각지 절지흠지 은지덕지 함지포지 우지배오, 빼드드드드득!’ 흥보가 듣고 고이 여겨, 찬찬히 살펴보니 절골양각 완연, 오색 당사로 r감은 흔적 아리롱 아리롱 허니 어찌 아니가 내 제비랴? 반갑다 내 제비, 저 제비 거동을 보소. 보은표 박씨를 흥보 양주 앉은 앞에 떼그르르르르 떼떼리고, 거중으 둥실 솟아 백운 간으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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