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 본

심규선

석양이 타는 듯 뜨겁게 드리우고
불붙은 구름이 서서히 침몰하면
어느새 새벽이 베일 듯
날이 선 채 다가오네
침묵은 돌처럼 무겁게 짓누르고

아아 앞뒤 없는 어둠 속을 걸어가는 것
아아 기댈 곳도 없고 잡을 손도 없는 것
발 밑이 낭떠러지 같아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 같은 나 혼자
어른의 기분

외로워 본 이는 사랑의 반대말들이
미움도 원망도 아닌 걸 알게 된다지요
나를 떠난 이의 아픔도 이해하는 것
외로운 시간은 그렇게 성립하는 것
외로워 본
외로워 본

어제가 꿈처럼 아득히 느껴지고
별다른 이유가 없이도 눈물 흘릴
준비가 된 채로 매일
또 억지 하루 살아내는
그대를 그 누가 손가락질 할 테요

아아 격정 없는 텅 빈
꿈을 안고 사는 것
아아 유령 같은
그림자를 따라 걷는 것
앞길이 아지랑이 같아 현기증마저
느낄 수 없도록 아찔한 어른의 기분

외로워 본 이는 고독의 같은 말들이
슬픔도 상처도 아닌 걸 알게 된다지요
모든 게 다 지나고 나서야 이해하는 것
외로운 시간은 그렇게 성립하는 것

누가 말 했던가 사람은 누구나
바다 위의 섬처럼
외로운 운명을 쥐고 태어난다고
이토록 내 가슴에 뜨거운 이름
남겨준 그 기억만으로
난 더 이상 외롭지 않소

외로움은 이제 더 이상
견뎌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믿게 되었지요
진정으로 외로워 본 사람만이
사랑하고 가슴 뜨거울 자격 있음을
외로워 본 외로워 본 외로워 본
외로워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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