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은 늦은 오늘 밤
여느 때처럼 혼자서
빈 거리를 더디게 걸어
생각이 많은 발걸음
그렇게 무겁진 않아
어딘가는 달라도
젖은 보도블럭 위를
또 몇 번의 가로수들을 지나
주위를 둘러 보다가
필름처럼 펼쳐지는
더 색감이 좋은 추억을
꺼내 어느새 난
시선이 가는 곳엔
오롯이 네가 있어
그리워할게 걸음 끝날 때 까지만
언제나 느린 나라서
이별도 더딘 나라서
슬픔은 꼭 이제와
이어폰 속에 멜로디
흔한 노랫말에도
묻어있어 너는 왜
젖은 보도블럭 위를
또 몇 번의 가로수들을 지나
주위를 둘러 보다가
필름처럼 펼쳐지는
더 색감이 진한 추억을
결국 또 다시 난
시선이 가는 곳엔
오롯이 네가 있어
그리워할게 걸음
끝날 때 까지만
나 아닌 세상은
이렇게 빠른데
아무리 걸어도 걸어봐도
닿지 않아
시선이 가는 곳엔
오롯이 네가 있어
그리워할게 걸음
끝날 때 까지만
다시는 우리란 건
없는걸 알면서도
이토록 천천히도
난 너를 지워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걸음은
왠지 전보다 더 길어질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