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신용재 (포맨)


.

한동안 없이 잘 지냈는데
또 괜히 난 너를 꺼내 보곤 해
서랍 속에 놓아둔 뜯지 않은 선물이 새삼
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

빗물이 내려오는 날이면
이상하게 참 좋아했잖아
너를 잊지 못한 것도 아닌데
왠지 오늘 하루는 너로 보내

사실 그땐 말도 못하게 힘들었어
너를 너를 보내고
그 시간이 오래갈 것만 같았는데
점점 잊혀지다

지나가는 감기처럼 가끔 나를 찾아와
열처럼 너를 앓곤 해
어쩌면 가끔 너도 아플까 나처럼

오늘따라 시계가 느린 듯해
네 생각에 고여있는 나
너를 잊지 못한 것도 아닌데
왠지 남은 하루를 너로 보내

사실 그땐 내 자신이 너무 미웠어
너를 너를 보내고
한동안은 못 견딜 것만 같았는데
점점 흐려지다

지나가는 감기처럼 가끔 나를 찾아와
열처럼 너를 앓곤 해
어쩌면 가끔 너도 아플까 나처럼

어쩌면 몇 번 더 앓고 나면
그때의 널 쏟아내고 나면
언젠간 기억조차 없겠지 꿈처럼

열이 내리지가 않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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