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 ㅐ회

민달팽이
앨범 : 시낭송


ㅈ ㅐ회

참으로 오랜만에 당신을 다시 만났습니다.
헤어졌던 그 계절에 다시 만난 건 우연이었을까요.
어쩌면 당신은 모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헤어진 그 날과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는 걸.
당신은 그 옷을 좋아했었습니다.
그래서 그 즈음이면 늘 그 옷을 꺼내 입곤 했지요.

소매 끝이 낡은 그 옷
언젠가 한 번 입어보았던 그 옷을
내가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나는 그 옷을 알아 보았고,
그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자 당신도 고개를 끄덕였죠.
당신의 그 행동은 내가 왜 고개를 끄덕였는지
당신도 알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거겠죠.

우리는 나란히 걸었습니다.
그러다 나는 일부러 걸음을 늦췄습니다.
당신의 뒷모습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신의 어깨는 한 쪽이 조금 기울어졌거든요.
그래서 뒤에서 옷을 제대로 잡아주지 않으면
한 쪽으로 기운 어깨선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우리가 함께 했던 그 시절
당신을 만나면 나는 늘 옷을 바로 잡아주곤 했죠.
그 때 내 손길이 참 좋다고 말했던 기억 혹시 잊지는
않으셨나요?
참 이상한 건 당신은 내게 오기 전에도
그리고 당신이 나를 떠난 후에도
누구에게든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그 행동을
당신의 어깨를 보자마자 저절로 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당신은 얘기를 시작할 때면
항상 코를 징긋하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당신은 참 이상한 일이라고
다른 사람과 얘기를 시작할 땐 안 그러는데
꼭 나에게 얘기를 시작할 땐
코를 찡긋하게 된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 표정이 너무 방가워서 나는 눈물이 날 뻔 했습니다.
다시는 못 보게 될 줄 알았던 표정이었으니까요.

우리는 아무 설명이 없어도 서로의 지난 시간을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마주보고 아무 말 없이 한참 미소만 짓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오랫동안 헤어졌던 연인이란 건
하느님도 알아보지 못했을 겁니다.

어쩌면 우린 헤어지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요?
나는 당신 마음속에 당신은 내 마음속에 항상 살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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