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With 채영)

넉살


이 기분은 허기와 같지
채울 수는 없고
달랠 수만 있어
한적한 골목을 창을 통해 봤지
그곳엔 작년의 낙엽들이 있어
그저 나를 갉아 먹는 것들
나를 사랑했던 것들
추억은 언제나
고통을 넘게 해주는 허들
IMF가 아버지의
일을 뺏었을 때도
어머니는 울지 않았지
모두 지나가리
그래 지나가겠지
뼈마디가 시리던 날도
웃어 넘길거야
인생은 코메디라며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비극을 비추던
렌즈를 뒤로 밀어 보면
희극의 한장면
이 시간이란 얌체가
내 머리채를 끌고
멈추고 싶어 하는 나를
포로처럼 걷게 하네
어떤 추억을 꺼내 볼까 하다가
문득 불 같은 사랑을 줬던
너의 사진에 손을 건네
악수는 할 수 없겠지
아마도 그날은 더웠겠지
넌 뜨거운 여름에
차가운 눈물을 더해
적어도 이별은 여전히 영원해
그냥 문득
시간은 흘러가
머물 수 없는 이 순간
기억의 저편으로
시간은 또 다른 나를 데려가네
날 데려가
아물지 않은 채로
추억은 기억의 시간 속으로
마음의 상처는
시간이 필요하대
그것보다 나은 건
상처 입지 않는 것이기에
요새 난 반만 주고 반쪽만 봐
안대를 쓴 듯이 살고
계속 찾게 되는 담배
입으로 뿜어내는 안개
내 뿌엿한 기억 속에서 지내는 넌
잘 지내
같은 수저 위에 같은 밥을 먹고서
왼쪽 발부터 신을 신는
널 뒤에서 보내
유모차 속 아기에게 사탕을 줬던 너
난 아직 달콤함은
그에게 이르다 했지
우리 사인
그때부터 무르익지 못 했고
그 아이만이 보았겠지
6년 뒤에 햇빛
너의 헤픈을 웃음을
값싸게 추억하는
홍대 어떤 카페 앞의
거리에서 멈춰
멈짓 거리는 나의 몸짓이
누군가의 눈길을
신경쓰고 난 괜히 멋쩍게 서있어
인생 뭐 있어
한때가 지나면 우린 다 누워있어
그냥 문득 고마움을 느껴
주머니를 뒤져보다
가던 길로 발을 옮겨
시간은 흘러가
머물 수 없는 이 순간
시간은 바람처럼
시간은 또 다른 나를 데려가네
날 데려가
아물지 못한 채로
추억은 기억의 시간속으로
시간은 날 데려가
추억은 날 데려가
기억의 저편으로
시간은 날 데려가
추억은 날 데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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