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마주칠까봐서 머리도 하고나왔어
찌뿌둥한 아침, 창문을 여니
흰 구름 다 자췰 감췄지
검은 하늘이 소나길 퍼부울 것 같네
오늘 시작은 꿀꿀한 상태
하지만 거울 앞에 서
졸린 눈 부릅뜨고 벗어나 초췌함에서
누가 알겠어? 오늘 너를 만날지
좀 귀찮아도 머리도 만져야겠어
넌 좋아했지 내가 모자대신
공들여 머리 만지고 나온 날
넌 뭐라 했지 맨날 모자에 신던
신발에 옷도 후줄근한 날
나에게서 새로움 원하던 널
못마땅해 했어 편한 게 좋다면서
후회되 사랑엔 때론 노력도 필요한 걸
알게 됐지 너가 날 떠나면서
혹시 마주칠까봐서 머리도 하고나왔어
돌아서는 너를 보낼 자신 없어
그대여 다시 나의 손잡아줘
혹시 마주칠까봐서 머리도 하고나왔어
다신 울리지 않아 약속해 내게 돌아와줘
20대의 반을 함께 했더니
어느새 우리도 평범한 오래된 연인
설레임? 없지 이벤트 데이? 없지
걷던 곳을 걷지 또 먹던 것을 먹지
결국 터졌어 너의 입에서 나 지겨워졌어
더 이상 이대론 안될 것 같아
우리 잠깐 각자 생각할 시간을 갖자
동네 말고 멀리 데이트 가자
오랜만에 커플티 꺼내 입고 나와
귀찮아했던 말들
너 혼자 애써 사랑을 지켜내려 했던 날들
나에게서 사랑을 원하던 널
못마땅해 했어 불만이 뭐냐면서
이젠 알겠어 그때 너 원하던 건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한마디였어
혹시 마주칠까봐서 머리도 하고나왔어
돌아서는 너를 보낼 자신 없어
그대여 다시 나의 손잡아줘
혹시 마주칠까봐서 머리도 하고나왔어
다신 울리지 않아 약속해 내게 돌아와줘
사랑은 마음 가는 대로만 하면
되는 건줄 알았어
근데 난 니 마음 가는 델 몰랐어
내 맘대로만 핸들을 잡았어
지금 널 붙잡는 것도
밤새도록 연락 하는 것도
내 맘대론 것 같아서
천천히 발을 옮겨
우연히 너와 마주치길 바라며
혹시 마주칠까봐서 머리도 하고나왔어
돌아서는 너를 보낼 자신 없어
그대여 다시 나의 손잡아줘
혹시 마주칠까봐서 머리도 하고나왔어
다신 울리지 않아 약속해 내게 돌아와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