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바라본 하늘, 구름이 멈췄다.%D
갈잎은 내 시간을 구름에 잡아 묶어 놓고 떠나가고%D
엉켜버린 하늘을 잡아내려 뜯어냈다. 상처의 딱지마냥%D
매운 하늘에 눈물. 나는 송충이%D
하얀 하늘에 파란 눈이 내려, 솔잎이 얼었다.%D
언제나 푸른 미소로 나를 기다려줄 줄 알았는데%D
잠깐 눈을 뗀 사이에 떠나갔다. 솔잎도 시들더라.%D
날 기다려주지 않더라. 나는 송충이%D
나무에 매달려 낮잠을 잔다. 꿈을 꾼다. 갈잎을 사랑했다.%D
지독한 소화불량 잠에서 깨어 힘겹게 기어간다.%D
꾸물꾸물꾸물꾸물꾸물꾸물꾸물꾸물%D
그물에 걸려버린 송충이 발버둥 쳐보지만%D
아직 사랑을 잊지 못하는 송충이 기어간다.%D
송충이는 솔잎만 먹어야 한다고 누가 그러더냐.%D
갈잎을 사랑한 나는 바보 송충이란 말이냐.%D
가시는 내 몸 가득 박혀있고 더 이상은 아프지 않다.%D
이젠 내가 구름의 손을 잡고 시간보다 빨리 기어가야지.%D
꾸물꾸물꾸물꾸물꾸물꾸물꾸물꾸물%D
꿈을 꾸고 있는 송충이 아직은 힘들지만%D
날 사랑해 줄 누군가를 찾아 오늘도 기어간다.%D
꾸물꾸물...%D
그물에 걸려버린 송충이 발버둥 쳐보지만%D
아직 사랑을 잊지 못하는 송충이 기어간다.%D
송충이 기어간다. %D
송충이 기어간다. %D
꾸물꾸물 송충이 기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