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느날 나의 시간의 봉우리에서
영묘한 악기되어 울리고 들었다
몸은 숨어 우는 벌레. 허나 감은 눈 안에
트이는 황혼의 나라. 해도 달도 별도 무심히 졸고
태고의 동굴처럼 뚫린 귀에
드나드는 바람 소리. 바위 부스러지는 소리
알맞게 익은 죄와 늙음이 타는 내음이
난초처럼 시름을 씻고
울어라, 먼 곳에서 먼 곳으로 가는 팽팽한 실.
울려라, 땅과 꿈을 잇는 대롱.
이 봉우리에 한번 올라
저 아래 까마득히 이는 구름.
또 그 아래 아득히 흐르는 골짜기를 굽어 보며
삶의 숲과 죽음의 북극을 달래며,
아아, 아름할 수도 없이 예쁜 기쁨과
슬픔을 타며 내 빌듯 울리고 들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