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파이의 소수점 아래 수를 세어봤어?
스무자리 즈음해서 무언가 분명해진 것도 같겠지만
스물 한자리째 수를 이미 지나간 수들로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고
너는 어느새 시간낭비만 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뿐이야.
스무살 때 같은 생각을 했지.
너무나 긴 배움의 여정 끝에 모든 것을 마친 나는
스무살이 되던 해 처음의 그 비오는 거리로 되던져졌지.
길고 힘든 여정 끝에 제자리로 돌아온 기분을
아직 어린 네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고쳤다고 생각한 습관이 몇년이 지난 어느 순간에
되살아나 당황하게 할때 사람들은
삶이 파괴적인 바람 속에 습관이란 턱없이 약한 끈에 묶여
간신히 의지함을 목격하게 되지.
더불어 배웠다고 믿은 것이 지식이 아닌 습관이었으며
사실은 조금도 자신이 성장하지를 못했음을
상상할 수도 없었음을, 살아감이 귀찮은 것을.
노력이 결말을 말한다지만 비극적 결말이라곤 누구도 말하지 않아
누구에게나도 자신에게 맞는 역할이 있다는 것에 대한 설교들이
평등의 이름으로 하찮음을 포장하는 곳.
핏빛을 장밋빛이라고 배운 나와 나의 동생, 이 가엾은 세대들에게.
2.
미쳐 삼켜버리지를 못했던 쓰디쓴 알약 한 알을
괴롭도록 입 안에 오래 머금고 있는 기분으로
그동안 질렸던 것들에서의 해방감을 뒤로 한 채
또다시 일년을 기다리는 것이 남다른 만큼 힘든
지금 이 시기를 버텨나가는 네 맘을 똑같이는
겪어보지 못한 내가 어떤 얘기로 위로해줄 수 있을까
가만히 생각을 했지 인생은 참으로 어렵다고들 얘기하지
그 얘기를 너무 가볍게도 또 너무 버거웁게도 받아들이지않길 부탁할께
네가 이제껏 해왔던 모든 것들이 어느 한 순간
그저 어떤 욕망에 이끌려 가는 것 같은 모습이란 걸 알게 되지
세상의 시험에 들더라도 또 다시 돌아와 줄 수 있는 준비를 갖춰놓길
***
아는 것, 모르는 것,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 있었지
모든 걸 안다 믿었지만 실은 아무것도 몰랐었네
인생을 산다는 건 후회로 가득한 여행이라는 걸
이제야 난 알았지 하지만 이미 늦어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