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가

조상현

도  창: (진양조) 만첩청산 늙은밤이 살진 암캐를 물어다 놓고 이는 덥쑥빠져 먹든 못허고 으르렁 으르렁 놀리는 듯, 당산 봉황이 죽실을 물고 오동술을 넘노난듯 북해 흑룡이 여의주를 물고 채운간에 넘노난듯
이도령: (진양조) 내 사랑 내알뜰 내가안가? 어허 둥둥 늬가 내사람이지야 동강무변 수엽천은 참해같이 깊은 사랑 삼오심경 달밝으면 무삼천봉 많을 사랑, 생전 사랑이 이럴진대 사후기약이 없을소냐. 너는 죽어 꽃꽃이 되되 벽도홍삼 춘화가 되고 나도 죽어 금나비가 되어 춘삼월 호시절에 네 꽃송이를 내가 덥쑥안고 너울너울 춤추거드먼 네가 나인줄 알려무나.
춘  향: (진양조) 하루하면 척불래라 나비 새 꽃 찾아가니 꽃되긴 나는 싫소
이도령: (진양조) 그러면 죽어서 될 것 있다. 너는 죽어 종로 인경이 되고 나도 죽어 인경마치가 되어 밤이면 이십팔수 낮이 되면 삼십삼천 그리 뎅 치거드먼 네가 나인줄 알려무나
춘  향: (진양조) 인경되기도 내사 싫소
이도령: (진양조) 그러면 죽어 될것있다. 너는 죽어 글자가되 날일, 따곤, 계집녀가 되고 나도 죽어 글자가 되되 날일, 병양, 아들자짜 몸이되야 계집녀가 변에다가 딱 붙혀서 좋을호자로만 놀아를 보자
춘  향: (아니리) 도련님은 어찌 불길하게 사후 말씀만 하시나이까
이도령: (아니리) 그럼 우리 어디 정담을 해볼까. 우리 업고 놀자
춘  향: (아니리) 아이고 부끄러워서 어찌 업고 논단 말이오? 건넌방 어머니가 알면 어떻게 허실라고 그러시오?
이도령: (아니리) 너의 어머니는 소시때 이보다 휠씬 더 했다고 허드라. 잔말 말고 업고 놀자
이도령: (중중몰이)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니가 무엇을 먹으라느냐? 니가 무엇을 먹으라느냐? 둥글 둥글 수박 웃껍질 떼뜨리고, 강릉 백청을 따르르르 부워 씨랑 발라버리고 붉은 점 웁벅 떠 반간 진수로 먹으라느냐?
춘  향: (중중몰이)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이도령: (중중몰이) 그러면 무엇을 먹으랴느냐? 니가 무엇을 먹으라느냐? 당동지지루지허니 외. 가지 당참외 먹으랴느냐?
춘  향: (중중몰이)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이도령: (중중몰이) 그러면 니 무엇을 먹으랴느냐? 나가 무엇을 먹으랴느냐? 앵도를 주랴, 포도를 주랴. 귤병, 사탕에 엿을 주랴?
춘  향: (중중몰이)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이도령: (중중몰이) 그러면 니가 무엇을 먹으랴느냐? 니가 무엇을 먹을래? 시금털털 개살구, 작은 이도령 서는듸 먹으랴느냐?
춘  향: (중중몰이) 아니, 그것도 나는 싫어.
이도령: (중중몰이) 아마도 내 사랑아. 저리 가거라. 뒤태를 보자. 이만큼 오너라. 앞태를 보자. 아장 아장 걸어라. 걷는 태를 보자. 빵긋 웃어라. 입속을 보자. 아매도 내 사랑아.
이도령: (아니리) 이 애 춘향아, 사랑가도 품앗이라, 너도 날 좀 업어다오
춘  향: (아니리) 도련님은 나를 가벼워서 업었지만 나는 도련님을 무거워서 어찌 업는단 말이요?
이도령: (아니리) 내가 널더러 무겁게 업어 달라느냐? 내 양팔을 니 등 뒤에 얹고 징검징검 걸어다니면 다 그 안에 좋은 수가 있느니라.
도  창: (아니리) 춘향이가 이제는 아조 겁없이 되야서 도련님을 낭군 자로 업고 노는듸.
춘  향: (중중모리) 둥둥둥 내 낭군, 어허 둥둥 내 낭군. 도련님을 업고 보니 좋을 호자가 절로나. 부용, 작약에 모란화, 탐화봉접이 좋을 호, 소상, 동정 칠백리 일생에 보아도 좋을 호로 구나. 둥둥 어허둥둥 어허둥둥 내 낭군.
이도령: (중중모리) 이 애 춘향아, 말 들어라. 너와 나와 유정허니 정자 노래를 들어라. 담당장강수 유유원객정, 하교불상송허니 강수의 원함정, 송군남포불승정, 무인불견의 송아정, 하남태수의 회유정, 삼태육경의 백관조정, 주어 인정, 복없이 방정, 일정 실정을 논정하면, 니 마음 일편단정, 내 마음 원형이정, 양인 심정 탁정 타가 만일 파정 되거드면 복통절정 걱정이 되니 진정으로 완정허잔 그 정자 노래라.
춘  향: (아니리) 도련님 말씀은 소진, 장의 구변이요
이도령: (아니리) 어디 또 그 뿐이랴. 좀 상스럽기는 허다마는 단둘이 있으니 무슨 허물이 있겠느냐? 궁자노래를 한번 들어 볼래?
이도령: (잦은몰이) 궁자 노래를 들어라. 초분천지 개탁후 인정전으로 창덕궁, 진시황의 아방궁, 용궁에는 수정궁, 왕자진의 어목궁, 강태공의 조작궁, 이 궁, 저 궁 다 버리고 너와 나의 합궁하면 이 아니 좋더란 말이냐. 어허 이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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