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늘 만났던 동네
자주 앉아 쉬던 그늘
모든 게 흐릿해 보여
아무 말도 못 하고
이렇게 난 서 있어
너도 여기 한 번쯤은
지나치기는 했을까
혹시 너무 바빠서
아님 멀리에 있어서
나 같은 건 잊었을까
가슴이 너무 아파서
머릿속이 하얘져서
뭘 하려고 했었는지
생각이 안 나서
그냥 이렇게 여기에 서서
변하는 건 쉬워 보여
새로 생긴 가게처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원래 이곳에 있던 것처럼
애써봐도
가슴이 너무 아파서
머릿속이 하얘져서
뭘 하려고 했었는지
생각이 안 나서
도저히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나 여전히 여기 서 있어
그리고 천천히 너를 떠올려
혹시 너도 언젠가
이곳에 와본다면
나처럼 아프지 않길
웃으며 지나길 바래
시간이 지나고
이곳에 모든 게 달라진대도
사실은
나 사실은
여기에 서서 너를 기다려
가슴이 너무 아파서
머릿속이 하얘져서
난 너만 생각하면
마음이 무너져서
한 번만이라도 널 보고 싶어서
여전히 여기 서 있어
그리고 간절히 너만 생각해
혹시 너도 언젠가
이곳에 와본다면
그래도 아프지 않길
웃으며 나를 떠올려 줘
우리 같이였던 여기에 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