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슬픈 너를 보낸다 (시낭송)

고재근

나는 너를 내 속에 가두고 있었다

널 묶으면 이미 사랑이 아니건만

너의 영혼마저 갖고 싶은 까닭에

투명한 굵은 줄로 너를 묶고 있었다

서로 예감했던 운명적인 사랑앞에

가슴벅찬 감동과 뜨거움을 안은채

생명마저 바칠듯한 심오한 눈빛으로

너를향해 다가서던 첫 새벽의 그 떨림

그 사랑을 간직한 채 이젠 너를 보낸다

정녕 너에게 작은 날개 주고 싶어

가슴문을 열며 슬픈 너를 밀어낸다

사랑의 틈새로 너를 멀리 보낸다

몇번의 하얀눈이 가슴밭에 내리고

너를 향한 그리움에 가슴이 아려올 때

이미 나는 너를 보내고 있었다

나를 떠난 네가 비상하는 꿈을 꾸며

구속의 아픈줄을 풀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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