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이수영
모처럼 나와 보았네
아직도 익숙한 거리
그렇게 잊기 위해서 피해 다닌
골목골목 낯익은 가게들

모처럼 마셔 보았네
그때와 똑같은 잔에
하나도 바뀌지 않은 그 의자와
그 향기와 날 알아보는 주인까지

시간이 멈춘걸까
여긴 모두 그대로 인데
창가에 비친 내 얼굴과
맞은편 자리는..

이젠 초라하게 변해
이 곳은 어울리지 않아
마침 흘러나온
그때 그노래를 다시 따라해봐도

그저 내 목소리만이
무안하게 들려오네
비어있는 내 맞은 편과
더이상은 할말없어서..
모처럼 나온 내 발길 돌리네..

또 언제 나오게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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