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가슴 텅 비울수 있기를

장필순 (Jang Pil Soon)
외롭지 않니
귓가를 스쳐가는
젖은 바람이 물어온다
슬프지 않니
우산을 두드리며 빗방울들이
물어온다
이미 지나버린 시간에 매달려
발버둥치는 지친 우리들
그림자 이끌고 떠나가야겠네
이 비를 몰고 온 구름을 따라
무엇을 보았니
작은 방으로 스며드는
달빛이 물어온다
무엇을 들었니
찬 새벽 짙은 안개 속의 침묵이
물어온다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이 두려워
겁에 질려 허둥대는 우리들
그림자 이끌고 떠나가야겠네
안개가 씻어 낸 이 길을 따라
우리 가슴 속에
씨가 퍼져 날리길
꽃이 피기를
새들이 날아들기를
우리 가슴 속에
강물 흐르길
썩어 들지 않도록
쉼 없이 흐르길
늘 살아 있기를
늘 깨어 있기를
그리고 그 가슴
텅 비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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