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흐른
하늘이 물들어갈 때 난 그걸 보았지 버려진 통기타
어느 한 옥탑방 위에 속옷들 사이에 줄 끊어진 채 있던 그 기타
빨간 하늘이 말없이 그 입을 채우고
크게 웃음짓던 그 기탄 어쩌면
일년 열두달을 언제나 거기서 바람을 맞는지도
잿빛 비를 맞고 땡볕을 쐬기도
문득 나도 힘껏 살아야지 생각하다가도
슬며시 헛웃음이
집으로 돌아갈 때에 또 그걸 보았지 버려진 통기타
계단 한 귀퉁이에 잡동사니들과 세워져 있던 그기타
뽀얀 먼지가 두껍게 피부를 뒤덮고
곳곳이 움푹 패인 그 기탄 어쩌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