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소리조차도 들리지 않아
불러도 닿지 않는 여기
서늘해진 바람 따라 시간은 계절 속에 몸을 숨기고
가지 끝에 걸려있는 꽃잎은 조심스레 몸을 누인다
달빛 한 자락
깊은 외로움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보면
못내 서러워
앙상해져 갈라진 가슴에 다시 비 내린다
보이는 건 검푸른 새벽 뿐
지친 몸을 뒤척이며 무거운 어둠은 또 나를 부르네
기억도 없이 살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괜찮을 텐데
못내 서러워
앙상해져 갈라진 가슴에 다시 비가 나를 적신다
손을 거두고 등을 돌려도 짙은 어둠 속으로
피고 진다
메말라버린 땅 끝에서 눈물을 밀어 올린다 피가 돈다
어둠 속에 꽃이 핀다
어둠 속에 꽃이 진다
홀로 피어 숨을 쉰다
저문 날을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