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오래

한희정
어쩌다가 고양이와 살게 되었어
털이 길고 마른 몸에 겁이 많단다
참 신기한 일이야 함께 한 후로
길고양이가 자꾸만 보여
참 신기한 일이야 함께 한 후로
이름 부르다 괜히
눈물이 나기도 해
어쩌다가 우리 여기 살고 있구나
저 생명들 저 너머로 사라졌는데
참 신기한 일이야 함께 한 후로
슬픈 일들이 더욱 더 보여
참 신기한 일이야 함께 한 후로
살아 있는 모든 게
눈물겨운 일 같아
오래 오래 건강히
오래 오래 같이 살자
오래 오래 건강히
오래 오래 같이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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