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집 _ 겨울판화 1

신세계프로젝트
바람이 문풍지를 더듬던 동지의 밤
내 머리를 무릎에 뉘고 무딘 칼끝으로
시퍼런 무를 깎아 주시던 내 어머니
무서워요 어머니조차 무서워요
그것은 네 속에서 울리는 소리란다
네가 크면 너는
이 겨울을 그리워하기 위해
더 큰 소리로 울어야 한다
자정 지나 앞마당에 은빛 금속처럼
서리가 깔릴 때까지 어머니는
어머니는 마른 손으로
종잇장 같은 내 배를
자꾸만 쓸어 내렸다
어머니는 저 처마 및
시래기 한 줌 부스러짐으로
천천히 등을 돌리던 바람의 한숨
사위어 가는 호롱불 주위로
방 안 가득 풀풀 수십 장
입김이 날리던 밤
그 작은 소년과 어머니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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