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조태준
은행나무가 눈부시던 날
흘러 흘러가는 구름 따라
모래내 시장에서
이대 앞으로 걸어가
용달차 가득 실린 햇밤더미
꿈속에 뿅 가있는 연인들
커피값 남겨 놓고 야구나 쳐볼까
좀 멀어졌던 그 형님한테
전화라도 드려볼까
반가운 소식 하나 있길래
원두 볶는 향기 속에
감길 듯 말듯한 눈꺼풀
정신차려 보니
한 시간이나 흘렀네
놀래미 광어 농어 오징어
수족관에서 우리를 기다리네
아 오늘은
마시면 안되는데 하면서
좀 멀어졌던 그 동생한테
문자라도 띄워볼까
반가운 소식 하나 있길래
좀처럼 용기가 나질 않아
뭔가 찝찝한 시간만 가고
내 발걸음도 휘청거리네
은행나무가 눈 부시던 날
은행나무가 눈 부시던 날
은행나무가 눈 부시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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