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

백자
늦은 밤 집에 돌아 와보니
야윈 아내 거치른 손으로
편지가 왔노라고 내미는 노란봉투
온 몸에 전율이 흐르는지
등줄기에선 식은 땀이 흘러
조심히 뜯어 본 노란봉투

<귀하는 해고되었음을 통보합니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니
창백한 형광등 불빛
눈물이 흘러 가슴에 흘러
주먹이 불끈 떨리네
세상아 이 썩어빠진 세상아
맘 놓고 일할 권리마저 없는
세상아 이 미쳐버린 세상아
뒤집어 엎을 세상아
병들어 누워계신 어머니
무슨 일이냐 물어 오시네
한구석 겁에 질린 딸아이
얼굴이 샛노래 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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