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끝의 무더위에 모든 게
시들하게 늘어진 여름 한나절
장맛비에 시달린 패랭이꽃은
더위도 안 타는지 곧게 서서
누구의 눈길을 타려는 걸까
패랭이를 같이 꺾던 그 때가
불현듯 그리운 늦여름 석양
쇠북소리 들으며 발길 돌리네
달빛에 불그레 그 때 그리워
패랭이 한 송이를 꺾어 들고서
하염없이 거니는 늦여름 달밤
행여 그리운 님 기별 있을까
당치 않은 꿈길을 헤매는 밤
패랭이를 같이 꺾던 그 손길
불현듯 그리운 늦여름 달밤
쇠북소리 들으며 새벽을 맞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