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현상진
세상에서 제일 무서웠던 그 세 가지

첫 번째는 바로 비둘기 똥

냄새도 없고, 색도 하얘서

방심한다면 금물,

모르고 만지면 그 물로

씻어내도 지워지지 않는 악의 찜찜함.

세상에서 제일 무서웠던 그 세 가지

두 번째는 옆 반의 김모씨

침도 잘 뱉고, 키도 정말 크고,

생긴 건 정말 딱 괴물,

그런데 여기서 의문,

가끔은 한편으로 걔가 없으면 난 너무 심심함

세상에서 제일 무서웠던 그 세 가지

세 번째는 엄마의 회초리

너무나 아팠고, 날 많이 울게 했지만

같이 흘리신 눈물,

그 땐 몰랐던 그 선물

마음에 담아두고 영원히 기억할 그 감사함

어릴 적 내가 그려놓은 세상은

지금의 내겐 너무 작은 이야기

그 속에 뛰놀고, 울고 또 웃었던

그 아이가 너무 그리워

오늘 밤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적어놓기엔 무거운 이야기

언젠가 이 노랠 부를 그 사람도

지금의 날 그리워할까

세상에서 제일 즐거웠던 그 세 가지

첫 번째는 매일 보던 피카츄

카든 다 못 모았지만, 안 보는 척 했지만

사실 다 챙겨보고,

꿈에서도 또 보고

그리고 지금도 가끔은 너무 자주 보는 만화들

세상에서 제일 즐거웠던 그 세 가지

두 번째는 짐작할 수 있겠니?

그래 그 소꿉놀이, 맞아 그 소꿉놀이

놀이터 흙으로는 밥,

그걸 먹이는 넌 엄마

일곱 살에 쎄쎄쎄하던 나는 벌써 유부남

세상에서 제일 즐거웠던 그 세 가지

세 번째는 항상 듣던 “Let It Be,”

친구는 모르는 노래, 가사 뜻은 몰랐지만

어딜 가던 “Let It Be,”

흥얼거리던 멜로디

그 때나 지금이나 내 순간을 채워 주는 노래들

어릴 적 내가 그려놓은 세상은

지금의 내겐 너무 작은 이야기

그 속에 뛰놀고, 울고 또 웃었던

그 아이가 너무 그리워

오늘 밤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적어놓기엔 무거운 이야기

언젠가 이 노랠 부를 그 사람도

지금의 날 그리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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