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달이 뜨면 큰 붓을 들고
새하얀 벽 위에 색칠을 하고
조그만 달빛이 내 그림에 스며
붉은빛 물결로 천천히 흐르고
붉게 물든 내 손도 거친 숨결도
저기 커다란 달 속으로 숨어
차가운 와인도 날 치료 못해
찌푸린 두 눈은 저 달을 향해
비좁은 내방은 피빛으로 가득
시간은 어느새 멈춘 듯 가만히
붉게 물든 내 손도 거친 숨결도
저기 커다란 달 속으로 숨어
갈 곳을 잃은 나의 달 내 손에 떨어져
차가운 미소만 내게 보이고
붉게 물든 내 손도 거친 숨결도
저기 커다란 달 속으로 숨어
혼자서만 내뱉던 거짓말들도
작게 숨쉬는 저 달 뒤에 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