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시인: 구상)

구상
내 안에 사지를 버둥거리는
어린애들처럼
크고 작은 희노애락의 뿌리
그보다도

미닫이에 밤 그림자같이
꼬리를 휘젓는 육근(六根)이나 칠죄(七罪)의
심해어보다도
옹기굴 속 무명(無明)을 지나
원죄와 업보의 마당에
널려 있는 우주진(宇宙塵)보다도

또다시 거품으로 녹아 흐르고
마른 풀같이 바삭거리는
원초와 시간의 지층을 빠져 나가서
사막에 치솟는 샘물과
빙하의 균열(龜裂), 오오 입자의 파열!
그보다도

광막한 우주 안에
좁쌀알보다 작게 떠있는
지구보다도

억조광년의 별빛을 넘은
허막(虛漠)의 바다에
충만해 있는 <에테르>보다도
그 충만이 주는 구유(具有)보다도
그 반대의 허무보다도
미지의 죽음보다도

보다 더 큰
우주 안의 소리없는 절규!
영원보다도 은 포대(抛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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