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뒤

김기수
1.
하늘아래 모든 것이 먹구름에 휘둘려
검은 구름 드리우며 세상종말 고할 듯이
우리들의 마음들도 을씨년스럽고
어디에도 희망이란 찾아 볼 수 없다

후두둑 굵은 비 쏟아지면
어느새 어둠은 저멀리 사라지고
비온뒤 세상은 참 다르다
움추렸던 희망이 새록새록 부풀고
비온뒤 세상은 참 진하다
나뭇잎도 진하고 그림자도 진하다
비온뒤 세상은 참 가깝다
저 멀리의 남산이 더 가까이 다가온다
비온뒤~ 비온뒤~

2.
먹구름이 온 세상을 뒤덮는다 하여도
구름위에 솟아보면 눈이 부신 햇살 가득
우리 눈에 보이는 건 오로지 어둔 세상
그렇지만 저 태양은 언제라도 밝다

후두둑 장대비 퍼부우면
세상은 또다시 환하게 미소짓고
비온뒤 세상은 투명하다
밝은 조명 수족관의 열대어 보듯이
비온뒤 세상은 눈부시다
영화보고 극장문을 나서는 순간처럼
비온뒤 세상은 생명이다
비에 흠뻑 젖은 땅이 생명을 키워낸다
비온뒤~ 비온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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