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주부 하직

정의진
[진양조]
여봐라 주부야. 너 내말을 들어봐라. 네가 세상을 간다고 하니,
무엇하러 가랴느냐? 삼대독자 네아니냐?
가지마라. 가지를 말어라. 장탄식 병이 든들 뉘 알뜰이 구환을 허며,
불쌍하신 너의 부친도 세상구경을 가시었다
세류청계 맑은 물에 가련히 별세를 했으니, 너조차 갈라느냐?
네 한 몸이 죽어지면 골폭 사장에 희어져서 오연의 밥이 된들, 뉘랴
손뼉을 두드리며, 후여 쳐 날려주더란 말인냐?
가지마라, 가지를 마라. 주부야,
제발 덕분에 가지마라. 네가 가면 어미 일을 어쩔라느냐?
주부야, 위방불입이라니 가지를 말아라.
[중중모리]
주부 마누라 말을 듣고 성을내어 나오는데,
노기가 등등하고 살기가 충천 눈살이 꼿꼿하여
아장 아장 아장 나오더니, “여보 나리, 여보나리,
세상간단 말이 왠말이요? 위수파광 깊은 물에 양주 서로 마주 떠
맛좋은 흥미 보던 이을 이제는 다 버리고 만리 청산을 가신다니,
인제 가면 언제 와요?“ 별주부 말을 듣고,
”아니, 니가 가기는 가되, 못 잊고 가는 것이 있네 그려.“
”무엇을 그다지 못 잊어요? 당장 학발 늙은 모친 조석공대를 못 잊어요?
군신 유의 장한 충성 조정 사직을 ? 잊어요?
규중의 젊은 아내 절행지사를 못 잊어요?
말을 허오. 말을 허여. 말을 하라면 말을 허오. 답답하니 어서 말을 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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