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노래가 이 그늘진 땅에 햇볕 한 줌 될수 있다면 Ⅱ

조순애
1
우리의 노래가 한사발 술이면 좋겠네
고달픈 이들의 가슴을 축이는 한사발 술이면 좋겠네
우리의 노래가 한그릇 밥이면 좋겠네
지친 이들의 힘을 돋구는 한 그릇 밥이면 좋겠네
어릴 적 잠결에 듣던 어머니의 다듬이 소리처럼
이름 낮은 이들의 삶 속에 오래 오래 살아 숨쉬는
그런 생명의 노래가 되었으면 좋겠네

2
우리의 노래가 예쁜 칼이면 좋겠네
어두울수록 더욱 빛나는 한 자루 칼이면 좋겠네
우리의 노래가 고운 햇살이면 좋겠네
이른 아침 깊은 잠을 깨우는 한 웅큼 햇살이면 좋겠네
밟혀도 밟혀도 되살아나는 길섶의 민들레꽃처럼
응달진 이땅의 진흙밭에 조그만 씨앗하나 남기는
그런 생명의 노래가 되었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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