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춘향모 울다가 춘향과 향단이 우는 것을 보더니 손수 탕 치고 허는 말이,
“워라 워라 워라, 시끄럽다. 울어도 소용없고 한탄해도 쓸 데 없고 소 흥정이라고 물릴 수도 없고 다른 사람 같잖애 이 골 사또 자제라 허니 좋기사 좋다. 도련님이 나도 모르게 와겨서 오직 시장허셨겄냐. 오늘 밤에 일찍 오시라고 네 기별로 왕복히라. 향단아 애기씨가 간밤에 잠 못 자고 오직 속이 쓰리겄냐. 양 두근 받어다 집 내 드려라.”
일변 신명을 내어 음식을 장만허며 해 지기를 기다리는디, 춘향보다 춘향모가 훨씬 더 기다리겄다.
그때여 도련님은 그날 밤에 다시오마 약속이 깊었는지라 해 저물어 퇴령 후에 춘향 집을 나와 상좌에 좌정허셨것다.
춘향모 벌써 알고 안으로 들어가 춘향 방문 비긋이 열고 도련님께 수인사 허는 말이,
“귀중허신 도련님이 누지에 나오시니 하상견지 만만이오.”
도련님 대답허시되,
“금야견지 의외로세.”
춘향모 두말없이 나가더니 잡술 상을 차리는디,
[자진모리]
강진향 교자반으 금산화기 유리 접시, 왜전 화전 두합 떡 갖은 편 유란 조란 백옥종자 석청 부어 그 앞으 들여놓고 어전육전 양전이며 양지도 차돌백이 풀잎같이 얇게 저며 보기 좋게 괴어놓고, 생률 숙률 은행 대추 고산 참배 임실 준시 호도 백잣 곁들이고, 천엽 콩팥 양간육회 전복 해삼 농어회에 겨자 초고추장 곁들이고. 대쪽같은 문어로 국화 매화 잎을 붙여 봉접이 날어든 듯 붙여 오려 짜 세우고, 전복으로 쌍봉 오려 날어 앉은 듯 문어 틀에 마주세고, 양계탕으 갈잎 띄어 그 앞으 들여 놓고, 청목병 감홍로주 가득 담어 앵무잔 호박배에 팔모 쟁반을 받쳐 재차 옳게 채려들고 가만가만 들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