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춘향이 (춘향 앞으로 들어가며)

모보경, 이상호
앨범 : 모보경의 정정렬제 완창 춘향가
[아니리]
이렇듯 야단을 헐 제 향단이 마주 나오며,
“어떤 놈이 들어왔길래 마나님이 이리 걱정을 허시어요?”
춘향모 향단이를 가만히 보더니,
“너는 어찌 달만 밝으면 잠 안자고 화초밭 갓으로 목탁 잃은 중 다니듯 왔다갔다 허느냐. 썩 들어가, 요년.”
춘향모와 향단이는 건넌 방으로 건너가고 도련님과 춘향은 숫사람이요, 춘향모도 모르게 첫날밤이 되어 놓니 오래 이야기 할 수도 없고 도련님 급헌 마음 우선 다짜고짜가 으뜸이라.
[단중모리]
춘향 앞으로 들어가며,
“이 얘 춘향아, 이리 오너라. 이리 오너라, 밤이 깊다.”
춘향이 부끄러워 아니 오랴 허니 도련님이 뭉그적 뭉그적 뭉그적 들어가서 한 손은 들어 춘향의 머리를 만지고 또 한 손은 들어 춘향의 애목을 에후리쳐 담쑥 안으니 춘향이 속으로 웃으며,
“사또님 아시면 어쩔라고 이러시오?”
“오냐, 사또님은 염려마라. 사또님은 내 연치에 나보담도 훨씬 더 허셨단다.”
상하 의복을 모두 벗겨 병풍의 걸떠리고, 도련님도 옷을 벗고 꼭 안고 누웠으니 좋을 호자 절로 될 제, 동방이 희번히 밝어 오니 향단이 민망허여 밖으로 나오더니 춘향 방 근처 거닐며 넌즈시 허는 말이,
“날이 벌써 밝았구나. 해가 중천에 올라왔네.”
춘향이 이 말 듣고 도련님과 일어나서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와 서로 손을 마주 잡고 차마 놓지 못허더니, 도련님 이른 말씀,
“우리가 이러다 남에게 우사하기 쉽겠다. 오늘 밤에 다시 오마.”
재삼 부탁허고 도련님은 책방으로 돌아와 자는 듯이 누워있고 춘향이도 들어가 탐탐헌 그 마음의 이리 둥글 저리 둥글 잠 썩 못 이루더니 늦게야 잠이 들어 한정 없이 자는구나. 춘향 모친 괴이여겨 춘향 방문 가만히 열고 들어가 춘향 곁에 앉어 자는 얼굴을 보니, 반치나 여윈 듯 허며 새로 핀 꽃봉오리 봄 찬바람 분 듯 허고 입은 옷이 잔살이 구겨 적은 바람 가는 물결같이 꼬기작 꼬기작 전일과 다른지라. 춘향 모친 분이 받쳐 밖으로 우루루루 나가더니, 몽치 하나를 찾어 들고 향단이를 불러 머리채를 감어 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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