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를 벗은 채 들판을 함께 달리고 있는
소년과 그의 늙은 개
같은 나이지만 숨이 차 쓰러져 주저앉은
소년을 핥아주는 늙은 개
얼마나 지나야 소년은 비로소 알게 될는지
이미 끝을 예감한 개에게 남은 날의 의미를
영원히 자라는 나무를 기어오르고 있는
소년의 굵은 땀방울
보이지도 않는 꼭대기에 오르고 말리라
맹세한 천진한 소년
얼마나 지나야 소년은 비로소 알게 될는지
나무보다 높이 닿기엔 인생은 너무도 짧다는 것을
소년이 이렇게 소년이라 불리는 것조차
너무나 짧은 순간인 것을
냇물에 비친 소년의 얼굴에서 소년을
찾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