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온기를 되찾은 몸으로
저는 있는 힘껏 숨 쉬었습니다.
몸속에 소년의 이야기가
물줄기처럼 흐르고 있었습니다.
전 이야기였습니다. 이야기가
살아남는 법은 한가지뿐이었죠.
계속 이어지고 채워지는 것. 살이
붙고 때로는 잘려나가 새로운
생명력을 뻗어 나가는 것.
지금까지는 별당의 여인이,
양장의 여인이, 퀭한 눈의
남자와 아이가 불어넣어 주었던
이야기를 스스로 채워야 하는
때가 온 것입니다. 이야기가 되지
않는 순간 존재 또한 흩어지리라는
것을 저는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모아야겠군.”
묘령동 536번지. 사춘기를 채
넘기지 못한 소년과 진돗개
한 마리가 함께 잠든 막다른
골목 끝에서, 저는 식당을 열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고양이 식당입니다.”
손님은 인간들 사이에 섞여 사는
동물들과 인간이지만 인간들
사이에 섞이지 못하는 누군가.
돈은 필요 없습니다. 음식값은
이야기로 충분하니까요. 손님들이
이야기로 저를 먹이는 대신 저는
손님들의 주린 배를, 혹은 주린
마음을 잠시 채울 수 있는 음식을
내어줄 뿐이죠.
그 어느 날의 센베와 같이.
이것은 정당한 거래인 동시에
살아가기 위한 영리한 수단입니다.
해서 묘령동 골목 끝 고양이 식당에는
언제나 손님이 끊이지 않습니다.
“오랜만이야, 친구.”
그리고 손을 흔들며 들어오는
저 녀석 또한 저와 같은 존재입니다.
오늘도 시끄러운 새벽이 될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