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된 여름에
우리의 생은 여기서 멈췄어
까마득한 밤의 하늘과
비웃어대는 듯한 초승달
거리의 붉은 네온사인이
잔잔히 물속에 스며들고
흠뻑 젖은 자신과
그 내면의-
Grotesque
사건이 일어났던 밤중에
그날따라 잠들지 못했어
의미 없이 켠 텔레비전
화면 너머 흐르는 네 이름
방안의 시계 초침 소리만이
잔잔히 오늘을 고하고
비의 고동 사이의
숨 막혀오는 절경
「오늘은 좋은 날씨네」
안녕. 잘 자렴. 응답은 없어
있잖아, 사실은 거짓말이야
몇 번이고 후회해 봐도 다시 돌아갈 수는 없는걸
진짤까?하는 의심의 굴레는 진실이 되어서
가련한 머릿속을 파고들어 와
그로테스크한 이 새벽은 저물지 않아
이런 인생 따윈 어서 벗어나고 싶어
전 세계의 인류는 아직 잠들지 않아
다시 시작되는 날들을
그저 맴돌고 돌고 돌고 돌며 제자리걸음 할 뿐
잠에서 깨어나 내다본 창밖은
무엇 하나 변하지 않았어
거리의 불빛과 눈이 마주쳐
차갑게 얼어붙은 몸
네가 사라진 이쪽 세계는
이젠 거꾸로 된 풍경
흠뻑 젖은 채 나는
지켜볼 수밖에 없었어
모든 게 사라져 버린 그 여름이란 어디에
모든 게 사라져 버려서 어둠마저 보이지 않아
「모든 게 재가 돼버린 이 꿈이 증오스러워」
그렇게 스스로마저 속여가는 거야
그로테스크한 이 계절은 변하지 않아
애매한 재능 따윈 이제 그만두고 싶어
만약에 선악의 경계가 무뎌진다면
이미 저버린 날들을
그저 외치며 이 거리 가운데 연명할 수밖에
I want a little change tonight
그 여름에 사라져 버릴 이상향에게 추도를
I want a little change tonight
이 여름에 사라져 버릴 두 사람에게 애도를
그대만이 알고 있는 나의 비밀
우리 둘만의 시간이 무너져 내린대도
그대만이 살아가는 이 세상이란
정말로 소중해 마지않는 나의 비밀이야
「그대와 나와 비밀과」
「그리고 함께했던 손가락 걸기와」
「돌이킬 수 없는 이 세상에선」
「한순간의 추억으로」
그로테스크한 우리들의 옛날이야기
이런 세상일지라도 살아가고 싶어
멈춰서 있던 날들은 장막을 내리고
끝나가는 나날에
다가올 아침을 맞이하며
감사의 말을
작별 인사를
다시 마주칠 내세에
장마가 끝나갈 무렵에
우리의 생은 여기 시작됐어
맑게 개인 하늘과
뺨에 닿아오는 아침 공기
네가 존재하는 이쪽 세계는
아직 평범한 과거의 날
자그마한 상자와
그 내면의
Grotesq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