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말이 없어요
온몸 가득한 외로움이 새어 나올까 봐
시선이 닿는 곳마다
쓸쓸함이
빗물 되어 흘러내려요
바람도 향기도 회색입니다
그 여자 사는 곳은 흑백 TV
말 없는 그녀 마음 알고 싶어
눈을 들여다봐요
아주 오래된 슬픈 이야기
가득한 눈동자에
나는
고개를 떨굽니다
세상에 혼자 버려진
표정을 볼 때면
그저 같이 걷지요
이제
내 곁에서 웃고 있어요
마법에서 풀려난 소녀 같아요
사실은 오래전부터
그녀의 슬픔까지도 사랑했답니다
그녀가 왼발을 내딛으면
나는 오른발을 내밀어요
깍지 낀 손이 빠지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