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주머니

감자공주
앨범 : 감자공주의 전래동화집 Vol.3 [이야기 주머니]
옛날 옛날에 이야기를 좋아하는 한 아이가 살았어요. 어찌나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하는지, 눈만 뜨면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다녔어요. 이 마을, 저 마을 다니며 이야기 듣는 것도 모자라, 방방곡곡 온 나라를 찾아다니며 이야기란 이야기는 죄다 들었지요. 그런데, 이 아이는 남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지, 들은 이야기를 남에게 해주는 법이 없었어요.
“헤헤헤, 진짜 재밋다. 종이에 적어서 잘 숨겨 둬야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 자리에서 종이에 적어서 집으로 가져왔어요. 그러고는 이야기를 적은 종이를 주머니에 넣어서 천장에 매달아 놓았어요. 한해가 가고, 두 해가 가고,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 어느덧 총각이 되었어요. 주머니에 꽁꽁 숨겨둔 이야기는 하나 둘 늘어나더니 천장 가득 주머니가 주렁주렁 달리게 되었지요.
어느 날, 이 총각이 밤에 쿨쿨 잠을 자고 있었어요. “쿨쿨쿨~”
집에서 일하는 머슴 돌쇠가 총각 옆 방에서 이제 막 잠을 자려는데, 총각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어요. 돌쇠는 이상해서 방 문을 열어보았어요. 웅성웅성 하는 소리 같기도 하고,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소리 같기도 했어요. 자세히 들어보니, 천장에 매달린 주머니들이 서로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겠어요?
“아이고 숨막혀, 언제까지 이 주머니 속에 갇혀 있어야 하는 거야?”
“켁켁, 답답해 죽겠네.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를 주머니 속에 꽁꽁 가둬둘 작정이야? “
“바깥 바람을 한번도 못 쐬어보고 갑갑해 죽겠어.”
“안 되겠다. 우리 이 총각을 혼내주자구!”
“좋아, 내일 장가를 간다고 하니까, 가는 길에 아주 혼쭐을 내주자구.”
이야기 주머니들은 모두 그러자고 했어요.
“내가 마을 어귀에서 먹음직스러운 배가 되어서 커다란 배나무에 달려있을께. 한 입 먹자마자 어질어질 정신 못 차릴걸.”
“나는 시원한 옹달샘이 되어서 기다릴게. 한 모금 마시자 마자 설사똥이 뿌지직뿌지직 뿌루루 나올 걸! 히히히.”
“나는 뾰족뾰족한 바늘이 되어서 방석 밑에 숨어 있다가 콱 찌를게. 엉덩짝이 불타도록 아프게 해줄 테다. “
주머니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돌쇠는 아무것도 모르고 쿨쿨 자고 있는 총각을 보았어요.
‘이런, 가만히 두었다가는 내일 장가도 못 들고, 혼쭐이 나겠는 걸. 큰일이야. ‘
다음날 아침, 돌쇠는 장가가는 총각을 따라 나섰어요.  
얼마쯤 가다 보니, 커다란 배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어요. 총각은 꿀꺽 군침을 삼키며 말했어요.
“돌쇠야, 가서 배 좀 따 오너라. 목이 마르던 차에 잘 됐다. “
그런데 돌쇠는 못 들은 척하고 배나무를 지나쳤어요.
“이놈! 내 말이 안 들리느냐? 배 좀 따오라니까.”
“장가가는 길에 뭘 그런 걸 먹어요? 빨리 가셔야죠.”
돌쇠는 말 궁둥이를 철썩 내리쳤어요. 말은 놀라서 펄쩍펄쩍 내달렸지요.
또 한참을 가다 보니 맑은 샘물이 콸콸콸 나오는 옹달샘이 있었어요.
총각은 침을 꿀꺽 삼키며 돌쇠에게 말했어요.
“마침 목이 마르던 차에 잘 됐다. 돌쇠야, 가서 물 좀 떠 오너라.”
돌쇠는 이번에도 아무것도 안 들리는 척하고 가는 길만 갔어요.
“아 이놈아! 누가 상전이고, 누가 머슴이냐? 물 떠오라니까!”
총각은 단단히 화가 났어요.
“에이, 도련님. 장가가는 길에 뭘 그런 걸 마셔요? 빨리 갑시다.”
돌쇠는 또 말 궁둥이를 철썩 내리쳤어요. 놀란 말은 더 높이 펄쩍펄쩍 뛰며 앞으로 내달렸어요.
드디어 총각과 돌쇠는 신부 집에 도착했어요. 돌쇠는 총각이 앉을 방석 밑을 살펴보았지요. 그랬더니 뾰족뾰족한 바늘들이 방석 밑에 촘촘히 박혀있지 뭐에요?
“신랑, 신부. 맞절!’
총각이 신부에게 절을 하려고 바늘방석에 앉으려는 찰나였어요. 돌쇠는 총각을 홱 밀쳐내고 바늘방석을 냅다 던져버렸어요. 총각은 꽈당 넘어졌지요.
총각은 머리끝까지 화가 났어요.
“이 녀석아, 이게 무슨 짓이냐? “
돌쇠는 그제서야 차분히 총각에게 이야기를 했어요.
“서방님, 이게 다 이야기 주머니 때문입니다. 이야기들이 오랫동안 주머니에 꼭꼭
갇혀있다가 서방님을 골탕 먹이려고, 배로도 변하고, 옹달샘으로도 변하고 바늘로도 변했던 것이지요.”
“뭐라고? 그럼 네가 나를 구해준 것이로구나. 돌쇠야, 고맙다.”
총각은 돌쇠의 말을 듣고 보니, 자기의 잘못을 깨닫게 되었어요.
총각은 혼인 잔치가 끝나자마자, 얼른 집으로 가서 천장에 매달아 둔 이야기 주머니를 모두 떼어냈어요. 그리고나서 꽁꽁 매어 두었던 주머니를 풀어놓았더니, 이야기들이 하하호호 웃으며 휙휙 날아갔어요.
그 때부터 총각은 어린이와 어른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대요. 마을에서는 하하호호 즐거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대요.
“아하하하, 오호호호! 히히,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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